까치의 비행

까치의 비행
꼭대기가 까치의 둥지

아침에 교차로에서 봤던 까치의 삽질이 인상적이어서 남겨본다.

까치 한 마리가 자기 몸의 4배 정도 되는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활공 하다가 가로등에 앉았다. 근처를 보니 구축 중인 둥지가 보여 "목적지는 저기로구만?" 하고 둥지 아래를 지나가고 있었다. 까치는 목적지를 마치 용오름을 타고 오르듯 펄럭이며 나선형 비행을 겨우 마치고 둥지에 도착했다. 그 순간. 힘겹게 물어 나른 나뭇가지가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이거 다시 주워가지..멍청한 까치!!

나라면. 너무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는 것까지는 아니었더라도. 멍하니 잠깐이라도 좌절했을텐데. 까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몇 차례 까딱이더니 다시 날아갔다.

사람은 실수로 성장하고 실패는 성공의 어미니라고 하는 말들을 수도 없이 들으며 자라왔다. 그 때마다 실패할 용기가 있는 사람들은 집이 좀 살지 않을까? 몇 번 망해도 되니까 시도라도 해볼 수 있는 거 아닐까? 라며 익숙한 자기 위로를 해왔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으며 지나온 세월을 부끄러움 없이 살아왔다. 지난 세월을 남들과 견주며 적당하게 살아왔다면. 그래서 까치의 작은 실수를 보고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무언가 끓어올랐다면. 올해부터는 그 작은 불씨를 잘 키워 과열된 삶을 살아보고 싶다.

내년 오늘. 다시 글을 쓸 때 재만 남을 정도로.